학력 파동 지식기반사회 계기로
전원하 KRG 대표

2007년 대한민국은 연일 계속되는 폭염만큼이나 마녀사냥의 열기가 뜨겁다.

동국대 신정아 교수 파문에서 시작된 허위 학력 파헤치기가 문화계를 넘어 학계, 연예계, 공직사회 등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국면은 단순한 폭로나 보도 경쟁을 넘어 전 국민적인 공분과 사법적 단죄의 단계로까지 나아가고 있다.

과연 이 같은 상황 전개가 우리 사회의 발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까? 학력 위조 사례를 파헤쳐 그들을 도덕적으로 질책하고 사법적으로 단죄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도덕 수준이 높아질 수 있을까? 더 이상 학력 위조가 이루어지지 못하도록 학력검증시스템을 강화하면 우리 사회의 인재 육성과 활용 능력이 더 높아질 수 있을까?

물론 개개의 사안들을 따라가 보면 당사자가 범한 도덕적 결함과 심각한 범법 사례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사례들이 국민적 공분을 에스컬레이트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개개인의 성향이나 의도와 관계없이 이 문제가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학벌 중심주의 문화의 폐해인 점은 분명하다. 학력 위조 행위의 대부분은 제대로 된 학벌이 아니면 기회 자체가 봉쇄돼 있다는 절망감에 의해 동기부여되어 있다. 이 절망감을 해소할 방안은 외면한 채 개개인의 부도덕과 범의만을 단죄한다면 우리는 이번 파동에 헛심만 쓰는 꼴이 될 것이다.

민주주의 사회는 결과가 아닌 기회의 균등을 기본 원리로 한다. 소위 명문대학 입학은 매우 가치 있는 것이긴 하지만 그 함의의 핵심은 해당 입학생이 10대 후반의 몇 년 동안 기회를 성실하게 활용했다는데 있다. 그것을 앞으로도 그 학생이 계속 성실하고 유능할 것이라고 확대해석 한다면, 그것은 기회의 불균등을 초래하게 된다. 우리 사회의 인력 활용시스템에는 이 확대해석이 당연시되고 일상화되어 있다.

더욱이 최근 사교육 부담의 급격한 증가로 인해 과연 그 10대 후반의 기회가 균등하게 보장되는지에 대해서도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부모를 잘 두느냐 못 두느냐에 따라 명문대학 진학의 유ㆍ불리가 가려진다면 기회의 균등이 제대로 보장돼 있다고 말할 수 없다. 더구나 조기유학이나 해외연수, 석 박사 과정 진학과 같은 경우는 높은 비용 부담 때문에 부모가 웬만한 부를 갖고 있지 않으면 기회가 원천 봉쇄돼 있는 게 현실이다.

이 같은 기회의 불균등에 대한 사회적 성찰이야말로 우리가 이번 기회를 사회가 진일보하는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작업이다. 특히나 교육 기회의 균등에 대해서는 성과와 상관없이 그 동안 논의라도 많이 이루어졌지만, 일할 기회의 균등 문제는 거의 외면되어 왔다. 직업의 특성이나 필요한 능력과 관계없이 출신 대학이나 유학 유무가 당락을 좌우하는 풍토 속에서는 우리 사회의 학력 콤플렉스 치유는 불가능하다. 그 결과는 제2, 제3의 신정아 파문으로 확대 재생산될 것이다.

나아가 이번 사태에 대한 단기 해결에 관해서도 일방적인 매도나 단죄를 넘어 보다 화합적인 해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물론 개개인의 사안에 따라 죄질이 심각한 경우도 있겠지만, 대개는 보다 나은 기회를 잡거나 보다 나은 이미지를 내세우기 위해 학력을 과대포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그들 중 상당수가 허위 학력과 상관없이 각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해 왔으며, 오히려 정식 학위 취득자 이상으로 각 방면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 인사들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그래서 제안컨대, 학력 위조 사실에 대해 고백할 수 있는 유예기간을 두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당연히 심각한 범의가 발견되지 않는다면 그 유예기간에 한해 그간의 잘못에 대한 사회적 사면을 제공한다는 국민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이 허위 학력에도 불구하고 필요한 인재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은 각각이 속한 회사나 기관이 판단할 몫으로 맡겨둬야 할 것이다. 이 방법이 학력 위조 파동의 상처를 딛고 그들이 우리 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자리잡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유용한 방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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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플래닝조율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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