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평균으로 회귀하려는 마음이 강한다. 우리 옛말에 ‘앉으면 눕고 싶다’는 말이 있지만, 누워 있으면 앉고 싶고, 앉아 있다 보면 일어서고 싶어진다. 평균으로 회귀하려는 이러한 마음이 인지상정인 것이다. 이것이 자연으로 돌아가려는 인간 본연의 마음이라 생각한다. 세상이 복잡해지고 각박해지며, 머리를 써야 하는 일이 늘어나니 마음이 따뜻해지는 마케팅이 각광을 받는 것이다.


이러한 감성 마케팅의 종류를 나눈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무래도 마음 속의 내용을 구분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테니 말이다. 그런데 2006년 1월 LG 경제연구원은 감성 마케팅의 종류를 세 가지로 나누었다. 쉽지 않은 분류를 한 LG 경제 연구원의 관점에 찬사를 보낸다. 여하튼 LG 경제 연구원은 감성 마케팅을 다음과 같이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하였다. 첫 번째는 따뜻함을 주는 웜(warm) 마케팅이고, 두 번째는 즐거움을 제공하는 펀(fun) 마케팅이며, 세 번째는 디지로그(digilog) 마케팅이다. 이처럼 감성 마케팅은 이제 하나도 아닌 세 가지로 나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감성마케팅의 세 가지 내용은 이미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것들인데, 별도의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우리의 눈에 잘 띄지 않다. 여기에서는 이 세 가지의 내용들을 살펴 보도록 하겠다.


1) 따뜻함이 필요하다 - 웜(warm) 마케팅


'warm'이란 단어의 의미가 따뜻하다는 것이니, 웜 마케팅이란 글자 그대로 ‘따뜻함을 전달하는 마케팅’이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그 속에서 개인은 점점 더 외로워진다. 마음이 차가워지는 것이다. 이런 것은 현대 사회의 피할 수 없는 단면인데, 웜 마케팅은 바로 이런 부분을 감싸주는 마케팅이다.


요즘 웹카툰(인터넷 만화)을 보는 계층이 참으로 많아졌는데, 이들은 인간적인 따뜻함과 공감이 담겨 있는 작품에 더 많이 반응한다. 만화를 좋아해도 ‘따뜻한’ 만화를 더 좋아하는 것이니, 여기에도 역시 소비자의 트랜드가 반영되어 있다고 하겠다.


웹카툰뿐 아니라 광고에서도 이러한 경향은 증가하고 있다. 예를 들어 보겠다. 한 이동통신사의 카피는 ‘사람을 향한다’이고, 또 다른 이동통신사는 ‘꿈의 무대, 희망세탁소’를 이야기하며, 또 다른 이동통신사는 ‘처음 사랑 끝까지’라고 말한다. 모두 따뜻함을 표현하려 애쓰고 있는, 감성 마케팅인 것이다. 기술은 최첨단을 달리는 시대지만 마케팅은 ‘머리’가 아닌 ‘마음’에 호소하고 있고, 또 소비자들은 이와 같은 감성 마케팅에 더 많이 설득 당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외국의 경우는 어떨까? 사회가 발전하면 할수록 기술과 문명과 사회로부터 개인은 소외된다. 소외를 느끼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다. 겉으로는 아닐지라도 실제로는 대다수의 국민이 마음속으로 소외감을 느낀다. 그러다 보니 따뜻함이 결핍되는데, 이들은 바로 이 따듯함을 원하게 된다. 그들이 원하는 따뜻함을 바로 감성이 채워주게 된다. 그래서 감성이 중요한 것이다.


아프리카에 사는 ‘스프링복’ 이야기를 잠깐 해 보겠다. 스프링복은 산양의 일종인데, 우리가 ‘동물의 왕국’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영양이다. 이들은 초식동물이라서 별로 싸울 일이 없을 듯하지만, 이들 세계에도 엄연히 경쟁과 소외는 존재한다. 처음에는 모두가 한가롭게 풀을 뜯어 먹지만, 아무래도 앞에 있는 스프링복이 풀을 먼저 뜯어먹게되고, 그러면, 뒤에 있는 스프링복들이 먹을 풀은 부족해지게된다. 그래서 뒤에 있는 스프링복은 앞으로 뛰어가 새로운 자리를 선점하려 하고, 앞에 있던 스프링복은 먹을 것을 안 빼앗기려고 또 그 앞으로 뛰어간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다보면, 뒤에 있는 스프링복이 앞으로 뛰게되고, 앞에 있던 녀석들은 자기도 덩달아 뛰게된다. 그래서 전체의 무리가 전속력으로 앞으로 뛰어가게 된다. 몇 마리가 뛰다 보니 어느새 전체가 뛰고 있고, 그래서 결국은 모두 아무 생각 없이 뛰게 된다는 것이다.


현대인의 생활을 생각해 보면, 현대인의 생활이 스프링복과 다를 바가 없다. 스프링복은 달리다가 지치면 쉬기라도 하지만, 현대인은 죽을 때까지 달린다. 이것이 소외다.  20대는 취직을 못해서 달리고, 30대는 뒤떨어지지 않으려고 달리고, 40대는 해고당하지 않기 위해 달린다. 불쌍한 현대인의 모습이 스프링복 안에 있다. 인간성에 대한 회귀의 욕구는 바로 이런 상황에서 발생하는 것이고, 그렇기에 마케팅에도 이런 욕구가 감성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그 결과가 감성 마케팅이고, 그 중에서도 특히 웜 마케팅이다. 그런 측면에서 웜 마케팅은 소외당한 사람들의 마음을 보듬어 주는 중요한 마케팅 방법이 될 것이다.


_웜 마케팅의 특징


웜 마케팅의 특징으로는 대략 다음과 같은 것을 꼽을 수 있다.


첫째, 지나간 시대의 추억의 향수를 자극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옛날 얘기를 하다 보면 마음이 따뜻해지기 마련이다.


둘째, 우리 일상의 이야기를 주로 담는 것이다. 남의 얘기를 해 봐야 감도 잘 안 오고 공감이 되지도 않는다. 그래서 우리 서민의 일상적인 생활 얘기를 담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것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같은 관점으로, 감성 마케팅을 이용한 광고에 어떤 인물들이 등장했는지 한번 생각해 보자. 아마 유명한 배우가 나온 광고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스타가 아닌, 우리 주변의 얘기와 생활에 더 큰 감동을 얻기 때문이다.


세 번째, 화려하거나 고급스럽기보다는 자연스러운 표현들을 사용함으로써 효과를 더 높일수 있다. 부가적으로 잔잔한 감동까지 있으면 사람들의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핑 돌게 된다. 눈물이 핑 돌면 설득은 끝난 것이다. 이미 사람들의 마음을 얻은 것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한국인에게는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는 없는, ‘정(情)’이라는 것이 있다. 이 정은 한국인만 갖고 있는 단어이다. 외국에는 없다. 물론 한자로는 있지만, 우리가 갖고 있는 것과는 그 개념이 다르다. 그만큼 한국인은 정서적으로 풍부하고, 따뜻함에 빠르게 반응한다.


한때 ‘쿨하다’라는 말이 유행했는데, 이는 ‘정’과는 정반대의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쿨하다’는 심플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상징하는 표현으로 사용됐기 때문에, 젊은이들 사이에서 이 말은 일종의 칭찬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그런데 이 ‘쿨하다’는 것은 서양식 정서이고, 한국인은 warm, 따뜻한 정이  더 친근하고 가깝다. 그래서인지 ‘쿨’이라는 것은 한바탕 감기 몸살처럼 우리를 떨게 하더니 어느새 사라져 버렸다. 왜 그럴까? 한국인은 한국식 정서와 더 잘 맞기 때문이다.


2) 즐거운 게 최고 - 펀(fun) 마케팅


감성 마케팅의 두 번째 종류로 펀 마케팅이 있다. 펀 마케팅이란 한마디로 흥미와 재미를 판매 포인트로 삼는 것을 말한다. 펀 마케팅이 시장에서 효과를 발휘하는 이유 역시 사회, 경제적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현대인들은 늘 불안하고, 스트레스가 많다. 사회적이든 정치적이든 경제적이든, 딱히 크게 즐거울 만한 소식도 없다. 소위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이런 경향은 더 증가했다. 전 세계적으로 경쟁의 정도가 심해지다 보니, 개인은 늘 힘들고 어렵다. 이럴 때 소비자들은 무엇을 원하게 될까? 아무래도 즐거운 내용을 보면서 잠시라도 시름을 잊고 싶어진다. 그래서 TV에서도 개그 프로그램이 더 늘고 있는 것이다. 마케팅도 마찬가지이다. 즐거움을 주는 마케팅이라면, 소비자들이 그 제품에 더 큰 관심과 사랑을 보여줄 것은 당연할 것이다.


그래서 2007년 5월 현재, TV를 틀면 어느 채널에서도 유재석, 신동엽, 김용만, 강호동, 박수홍, 박명수가 나오는 것이다. 이들은 크게 식상하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웃을 일이 별로 없는데, 이들을 보면, 웃음이 나오는 것이다. 아주 중요한 마케팅의 핵심이다.


펀 마케팅의 예를 하나 들어보겠다. 한때 옛날 영화의 간판을 단 술집들이 유행처럼 번지던 시기가 있었다. 그 가게 안에 들어가면 연탄불 위에 고기를 구워주고, 메뉴판도 복고풍이고 하여 요소요소에 볼거리와 즐길 것들이 있었다.


이런 가게 중에 펀 마케팅으로 성공한 곳이 있으니, 서울 신천동에 있는 한 작은 주점이다. 이 가게의 남녀 종업원들은 학교 교복 차림을 하고 있고, 매장 안에는 태극기가 걸려 있으며, 태극기 양 옆에는 ‘술 마시고 꼬장 피우지 말자’는 교훈과 ‘많이 먹고 빨리 가자’는 급훈이 걸려 있다. 매장 곳곳에서는 요즘은 찾아볼 수 없는 옛날 교과서, 교련복, 출석부, 난로 등 학창시절 소품을 발견할 수 있다. 또 처음 방문한 고객은 자신의 이름이 적힌 ‘학생증’을 지급받고, 방문 횟수에 따라 ‘우수상’ ‘최우수상’ 등 상장도 받고 술값을 할인받다. 소비자들로 하여금 잊고 있던 과거의 향수를 되찾게 함으로써 즐거움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런 펀 마케팅은 취미와 레저 생활로 소비자들을 몰아갈 수 있다. 그래서 영화감상· 뮤지컬관람· 스키 및 스노보드와 같은 산업이 날로 증가세에 있다. 최근의 영화들은  이제 1,000만 관객을 목표로 하고 있다. 관객수 1,000만이라는 것은 예전에는 불가능했으나, 지금은 조금 욕심을 내면 넘을 수 있는 숫자가 된 것이다.


이런 펀 마케팅은 각종 이벤트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크리스마스 같은 특별한 날에는 모임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가 있을 수 있고, 이를 지원해 주는 대행업도 인기를 끌고 있다. 웃으면 웃은 만큼 건강해지고 행복해진다고 한다. 마케팅의 한 요소로 펀 마케팅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3) 디지로그 마케팅


이어령 선생이 만드신 용어인 ‘디지로그’는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합성어이다. 디지털의 경향과 아날로그의 경향을 접목시킨 절묘한 단어이다. 같은 관점에서 디지로그 마케팅이란 디지털과 아날로그, 이 둘의 통합에 의해 새로운 마케팅이 나온다는 것을 뜻하는 용어이다.


현대인들은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고 최첨단 기기로 편리함을 추구하고 있지만, 마음속으로는 아날로그가 가진 수동적인 느낌을 그리워하고 있다. 왜냐하면 우리의 생활 대부분은  아날로그이고, 그래서 그에 대한 향수가 더 크기 때문이다. 디지털은 편하지만 차갑기 때문에, 사람들은 수동적이고 번거롭긴 하지만 인간미가 느껴지는 아날로그를 그리워한다. 그래서 시장에는 디지로그 제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것도 아날로그를 그리워하는 소비층을 겨냥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MSN 메신저를 사용하시는 분들이라면 아마도 경험해 보셨을 ‘잉크 대화기능’도 디지로그 마케팅의 예에 해당한다. 원래 메신저로 상대방과 대화를 나누려면 키보드를 이용해서 글을 써야 하지만, 잉크 대화기능을 이용하면 자필로 글씨와 그림을 그려서 상대에게 보여줄 수 있다.


또 디지털 카메라 중에는 수동식 카메라의 기능을 접목시킨 제품도 있다. 즉, 사진을 찍을 때 ‘찰칵’하는 소리와 함께 ‘드르르르~’하며 필름 넘어가는 듯한 소리가 나는 카메라가 그것이다. 또한 셔터를 누른 후에는 레버를 젖혀서 필름을 돌려야 셔터를 누를 수 있도록 했다. 한마디로 ‘사진 찍는 맛’이 나는 카메라로 만든 것이다.


타블렛이라는 장치 역시 디지로그 제품의 또 다른 예에 해당하겠다. 이것을 컴퓨터와 연결시키면 내가 그린 그림, 내가 쓴 글씨가 그대로 컴퓨터 화면으로 옮겨진다. 컴퓨터 프로그램대로 입력된 글과 그림만 사용해야 하는 환경에서 내가 쓴 글씨체, 내가 그린 그림을 컴퓨터에 옮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사실 이메일만 하더라도 컴퓨터 서체로만 내용 입력이 가능한데, 이런 타블렛을 이용하면 친필 사인을 입력하는 등의 일들이 가능한다.


이러한 것들은 모두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합성한 제품들이다. 소비자들은 기본적으로 편리함을 추구하기는 하지만, 그런 중에도 인간미가 느껴지는 제품, 훈훈함이 담겨 있는 제품을 원하는 수요가 있음을 파악하여 기업들은 디지로그 제품을 만들고, 또한 그것을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_아날로그 마케팅으로의 회귀 경향 증가


지금까지는 디지로그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만, 경우에 따라서는 아날로그로의 회귀 경향이 더 큰 사례도 있다. 이것을 보통 ‘아날로그로의 향수’라고 하는데, 이 부분을 따로 떼어내어 살펴 보겠다.


대표적인 예로 손목시계를 들 수 있다. 1980년대에 디지털 전자시계가 처음 나온 이후 한동안 디지털 전자시계가 시계 시장의 주종을 이루었다. 시간도 정확하고, 가격이 싸서 많은 사람들이 이 제품을 선호하는 것은 당연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디지털 시계가 손목시계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도 예측했다.


그런데 지금의 손목시계 시장은 아날로그 제품이 주를 이루고 있다. 다시 아날로그 시계가 대세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무슨 이유가 있었던 것일까?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아날로그 시계가 디지털 시계보다 우리에게 주는 정보가 더 많기 때문이다. 디지털 시계는 특정 시간을 정확히 집어준다. 시간을 정확히 알려준다는 측면에서는 디지털 시계가 효과적이다. 그러나, 아날로그시계는 시침과 분침으로 그 시간을 알게된다. 시침과 분침의 위치에 따라 우리는 공간적인 정보까지 같이 알게된다. 이 공간적 정보에 의해 하루의 일과중 지금이 어느 순간인지 더 쉽게 이해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날로그 시계는 시간적 정보뿐 아니라, 공간적 정보까지 같이 제공해주는 것이다. 두 번째는 아날로그 시계가 디지털 시계보다 디자인 면에서 활용성이 훨씬 크다. 그래서, 패션소품으로 적합하다. 이제는 개성표출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인데, 그런 측면에서 아날로그 시계의 디자인이
더 좋다. 이것도 아날로그 시계의 부활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 요소이다.


바로 이러한 점들 때문에 아날로그 시계에 익숙한 40,50대의 장년층뿐 아니라 20대의 젊은 계층도 아날로그 시계를 선호하게 되었다. 그래서 디지털 전자시계의 대명사였던 카시오도 지금은 주로 아날로그이거나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함께하는 시계를 생산하고 있다.


교육 제품 분야에서도 이러한 ‘아날로그로의 회귀’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데, 주산 교육이 그 예이다. 예전에는 학교에서도 주산 교육이 이루어져서 저 역시 초등학교 때 주산교육으로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 등의 셈을 하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주산 교육은  디지털 전자계산기의 등장과 함께 몰락하고 말았다. 그런데 그 주산 교육이 요즘 다시 뜨고 있다. 물론 대세를 이루고 있는 것은 아니다만 주산 교육이 수학의 기본이 되고, 주산을 통한 암산이 교육적 효과가 크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주산 교육은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종이 다이어리의 부활 또한 같은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다. 한동안은 전자 다이어리가 주목을 받았지만, 요즘은 다시 종이 다이어리가 다시금 관심을 받고 있다. 인터넷 미니홈피에 열광하던 소비자들이 종이로 된 진짜 일기장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는 것도 비슷한 경향이라 하겠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2006년 다이어리 시장의 규모는 작년 매출의 두 배에 이르는 400억 원대로 증가했다고 한다.


_아날로그 제품의 선호 이유


그렇다면 대체 무엇이 그렇게 사람들로 하여금 아날로그를 그리워하게 하는 것일까?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사람이 아날로그를 더 좋아하기 때문’일 것이다. 생각해 보면 사람의 생활 자체는 아날로그적이다. 아날로그는 본래 연속적으로 변화하는 물리량을 표시하는 개념인데, 사람의 하루 생활을 보면 아침에 일어나서 밥 먹고, 출근하고, 다른 이들과 이야기하고, 차 마시고, 퇴근하는 등의 활동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활동들이 곧 연속적으로 변화하는 물리량, 다시 말해 ‘아날로그적’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익숙한 정보는 아날로그 정보이고, 그런 이유로 사람이 아날로그를 접할 때에는 디지털을 접할 때보다 더 편하고 익숙함을 느끼게 된다.


반면에 디지털이라는 것은 0과 1로 끊어지는 신호 체계로, 쉽게 말해 전자계산기처럼 숫자로 딱딱 끊어지는 정보를 말한다. 이러한 디지털은 정보의 효율성이 높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지만, 아무래도 인간적인 면은 조금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과거의 아날로그 제품에 더 익숙한 장년층들은 다시 예전의 추억과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아날로그 제품으로 회귀하는 경향이 큰 것이다. 앞서 말씀드렸던 아날로그 시계나 종이 다이어리뿐 아니라 턴테이블을 다시 찾는 소비자도 늘고 있고, 기계식 수동카메라를 찾는 소비자 역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_인간적인 정을 찾으려는 노력


디저털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생활의 효율성은 높아지지만, 인간적인 매력은 조금 떨어지게된다. 한발 더 나아가 디지털에 사람이 종속되는 현상도 발생하는데, 여기에 반대하는 사람의 심리 현상을 가리켜 ‘아날로그 향수’라고 한다. ‘아날로그 향수’는 인간적인 정을 찾으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디지털 장터의 꽃이라고 일컬어지는 경매사이트(옥션)에서는 소비자들의 이러한 점을 간파하여 ‘황학동 벼룩시장’이라는 꼭지를 등장시키기도 했다. 여기에서는 오래된 양은 도시락, 트랜지스터 라디오, 무쇠 다리미, 물레에서 뽑아낸 실을 감은 나무 실패, 인두 다리미, 무쇠솥 등을 판매하는데, 그 인기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이외에도 일부에서는 종이에 편지 쓰기, 펜으로 일기 쓰기 같은 캠페인을 벌이고 있기도 한다.


_중년층에서 일어나는 아날로그 생활로의 회귀 트렌드


최근의 40대들은 과거의 아날로그 문화, 인간미 나는 문화를 찾으려는 활동을 왕성하게 펼치고 있는데, 구들장 만들기 모임, 한옥 만들기 모임, 짚으로 된 건물 쌓기 모임 등 ‘전통적인 한국미’를 찾으려는 노력들이 매우 활발한 활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개 1주일에 1회씩 열리는 이런 모임에서는 참가자들이 직접 구들장도 놓아 보고 장승을 만들어 보거나 짚단으로 벽을 올려 보기도 하는데, 매주 수십 명씩 모일 정도로 마니아층이 형성되고 있다. 이것도 디지털 문명으로 흘러가는 것에 대한 또 다른 욕구 표현이라고 볼 수 있겠다.


_느리게 살기 운동과의 연계성


아마도 슬로비(slobbie)족에 대해 들어 보았을지 모른다. 이들 슬로비(slobbie)족은 빠르게 변화하면서 살기보다는 천천히 여유를 갖고 살자(Slow But Better Working)는 생각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다. 슬로비족은 일찍이 디지털화에 부작용을 실감하고 삶의 속도를 늦췄다. 유럽에서는 다운 쉬프트(Down shift)족이라는 명칭으로 불리기도 하는 이들은 ‘한  단계 낮춰서, 한 단계 천천히’ 움직이자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나날이 빨라지고 인간미를 잃어가는 현실에 반발해서 다운 시프트족이나 슬로비족의 규모는 조금씩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느리게 살기 운동은 슬로우푸드 운동과도 연관되어 있다. 슬로우푸드 운동은 인스턴트 음식이 아닌,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인공 첨가물이 없는 식품을 스스로 만들어서 천천히 먹을 것을 권하는 운동을 말한다. 1989년 11월에 출범해서 전 세계적으로 지속되어 온 이 운동에는 최근의 아날로그 향수로 인해 점점 더 많은 인구가 동참하고 있다.


이러한 것들은 모두 디지털 시대 속도에 반하는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지나치게 모든 것이 빠르게 진행되다 보면 순간 허탈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음식도 패스트푸드점에서 10분 만에 먹어 버리고 나면 뭔가 모르게 허전하고 먹은 것 같지도 않은 느낌이 들지 않은가? 삶이 힘들었지만 인간미를 느끼며 살아왔던 40~50대들에게는 이런 느낌이 더 크고 강하게 다가올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된장, 간장, 고추장 등 오래 묵을수록 좋은 맛을 내는 우리 전통 음식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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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플래닝조율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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